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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 줄거리, 기억할 구절, 비평

by infinitekenvas 2025. 7. 22.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관련 사진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2017년 출간 이후 젊은 독자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아몬드(편도체)가 작아 감정 인지 불능 상태인 '감정표현불능증 (Alexithymia)'을 앓고 있어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년 '윤재'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윤재는 열여섯 살 생일날, 눈앞에서 가족이 끔찍한 비극을 겪는 순간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 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괴물'로 불리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특히 거친 반항아 곤이와 따뜻한 소녀 '도라'와의 관계를 통해 그는 세상의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공감 능력의 본질, 인간관계의 의미, 그리고 슬픔, 기쁨,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주요 줄거리: '괴물'이라 불린 소년의 세상 배우기

'아몬드'는 감정표현불능증을 앓는 주인공 윤재가 가족의 비극을 겪은 후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윤재의 독백과 시점이 주로 사용되어 그의 건조하고 담담한 내면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주인공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편도체가 작아 공포, 슬픔, 기쁨 등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표현불능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각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지할 뿐, 그에 따른 정서적 반응을 보이지 못합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이런 윤재를 '정상'에 가깝게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웃으면 따라 웃고, 슬퍼하면 위로하는 연습을 시키는 식입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윤재는 최소한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윤재의 열여섯 살 생일날,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습니다. 거리에서 묻지 마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엄마는 피습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윤재는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슬픔이나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저 '일어난 일'로만 받아들입니다. 이 사건 이후 윤재는 완전히 혼자가 되고, 세상 사람들은 감정 없는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멀리합니다. 그는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홀로 지키며 살아갑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윤재는 두 명의 특별한 인물과 만나게 됩니다. 한 명은 폭력적이고 거친 반항아 소년 곤이입니다. 곤이는 어릴 적 사라진 부모를 찾기 위해 거친 삶을 살아가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윤재를 괴롭히고 싸움을 걸지만, 감정 없는 윤재의 무심한 반응에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점차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곤이는 윤재에게 폭력과 거친 말 외에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존재가 됩니다. 다른 한 명은 밝고 따뜻한 소녀 도라입니다. 도라는 자신의 꿈을 좇으며 세상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로, 윤재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다가와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녀의 따뜻한 시선과 진심은 윤재가 세상의 감정들을 조금씩 인지하고 반응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됩니다. 곤이와의 우정, '도라'와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만남을 통해 윤재는 서서히 감정의 변화를 겪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에 대한 걱정, 슬픔, 그리고 사랑과 같은 감정의 '느낌'을 희미하게나마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곤이가 겪는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려 노력하면서 윤재의 내면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소설은 윤재가 완전히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배우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습니다. 

기억할 구절: 감정을 배우는 여정의 기록

'아몬드'에는 감정 불능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단면과, 그가 감정을 배우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 담긴 인상 깊은 구절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아몬드. 당신은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뿐이다.": 주인공 윤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구절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기보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수많은 감정들을 가르쳤다. 웃는 법, 슬퍼하는 법, 화내는 법… 하지만 그건 흉내였을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윤재가 감정을 '배우는' 과정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는 사회적 규칙에 맞춰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내면에서 진정으로 그것을 느끼지는 못하는 고통을 드러냅니다. 이는 공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감정들은 내게 너무 멀었고, 어떤 감정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감정들은 내가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윤재의 내면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구절입니다. 처음에는 감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점차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실체에 가까워지고자 노력하는 그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정하는 걸까. 어쩌면 세상에 비정상인 사람은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다른 것뿐.": 사회가 정한 '정상'의 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판단하는 사회의 편협함을 지적하며,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그 아픔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 졌다.": 윤재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감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의지 자체가 '인간다움'의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합니다. "감정은 어쩌면 언어와 같을지도 모른다. 배우고 익숙해지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학습 가능한 대상으로 비유하며, 윤재가 감정을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닌, 배우고 훈련하여 얻을 수 있는 능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비평: 공감과 인간성을 향한 섬세한 시선

'아몬드'는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공감 능력 부재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무차별적인 폭력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현시대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성장기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 윤재의 시점을 통해 감정을 역설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입니다. 감정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감정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실감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윤재가 감정을 배우는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재고하고, 타인의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또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무는 메시지도 강점입니다. 윤재는 사회의 시선으로는 '비정상'으로 분류되지만, 소설은 그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탐색합니다. 이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를 포용하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환기시킵니다. '괴물'이라 불린 윤재가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갖춰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다만, 일부 비평에서는 윤재의 감정 변화 과정이 다소 급진적이거나, 주변 인물들의 역할이 '윤재의 성장'을 위한 도구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곤이나 '도라'와 같은 인물들이 윤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이상적으로 그려져, 현실적인 복잡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아몬드'는 명료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로 독자들을 몰입시키며, 따뜻한 위로와 깊은 성찰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공감 능력과 타인 이해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인 의미도 큽니다.